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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람만이 차가웠다짧은 글 2015. 5. 23. 20:44
다른 글 쓰다가 갑자기 떠올라서... * 살아야만하는 인생에는 모질게도 바람만이 차가웠다. 추억은 때때로 살인처럼 자성의 목을 졸랐다. 그럴 때면 그는 무덤가 잔디밭에 털썩 주저앉아 줄담배를 태웠다. 더듬는 손가락 사이로 마른 풀들이 스친다. 휙 던져진 꽁초 끄트머리에는 아직도 불씨가 남아 가늘게 닿아오는 풀잎을 태운다. 으레 조용히 타오르다가 금방 꺼져버리곤 하였다. 그것을 묵묵히 바라보다가 자성은 담배곽에서 새 장초를 꺼내 불을 당겼다.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불꽃이 일렁인다. 꺼지기 위하여 타오르는 불꽃, 시지프스의 업. 종국에는 연기로 화하여 그의 입가에 원망처럼 어린다. 일련의 화형식을 치르고 나서야 자성은 일어선다. 털고 일어 선 자리에는 그리움만이 까만 그을음이 되어 남았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