밤
손톱만한 밤
잠이 오지 않는 밤
외로움이 사랑처럼 물결치는 밤
길게 늘어진 가로등 그림자 사이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헤드라이트의 마른 불빛을 훌쩍 던지고 떠나는, 눈부신 밤
그 찰나의 반짝임으로 당신의 머리카락 한올까지 선명히 빛나는 밤
그렇게, 잠든 당신과 당신의 등 뒤에서 잠들지 못하는 내가 존재하는 밤
내 사랑을 반으로 쪼개어 보면 부끄러움과 연민밖에 남지 않음을 깨닫는 밤
그럼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나직히 중얼거려 보는 밤
그 말 뒤로 따라 나오는 당신의 이름을 되새기면서 딱 죽고만 싶다는 충동이 드는 밤
눈을 질끈 감아도 어두워지지 않는 밤
설움과 그리움이 환희처럼 넘실대는 밤
당신의 그림자에 내 베갯잇이 젖어드는 밤
슬픔의 거푸집 같은 밤
불면이 사카린처럼 다디단 밤
하여 결코 잠들 수 없는 밤
허락되지 않는 것들의 이름을 천천히 불러보는 밤
고로,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영원히 이어지는 밤
검은 강물 같은 밤
밤
나의 밤
당신의 등 뒤에 갇힌 나의 밤
밤
밤
밤
속된 생각을 하고, 가엾은 질문을 던지는 밤
...
형... 자?